영어 서툰 스몰비즈니스 울리는 “억지소송 다시는 없기를”
“영어 서투른 소수민족 스몰비즈니스를 상대로 이같은 억지 소송이 다시는 없기를 바랍니다.” ‘애틀랜타판 바지소송’에 승리한 케네소 한인세탁소 ‘인앤 아웃 클리닝’ 대표 박기수씨의 한마디다. 그는 지난해 한 고객에게 ‘재킷을 물어내라’며 1만5000달러 소송을 당했지만 1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승리했다. 박대표는 “비록 이번 재판에 승리했지만 한인들이 뭉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대표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1년전인 지난해 6월 27일, 한 백인 손님이 재킷 세탁을 맡기고 나서부터였다. 불과 2개월전 세탁소 문을 연 박대표는 최선을 다해 서비스했다. 그러나 이 손님은 무려 한달이 지난 8월 1일 꾸깃꾸짓해진 재킷을 들고 다시 박대표를 찾아왔다. “세탁을 맡긴 후 옷이 줄어들었다. 500달러를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겉보기엔 멀쩡한 옷인데 거액을 물어내라고 억지 요구하니 어이없었죠. 정말 옷이 망가졌다면 픽업후 최대한 빨리 세탁소로 찾아와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옷을 찾아간지 무려 13일이나 지난 후에, 그것도 구겨지고 땀에 절은 옷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상식밖의 요구였지만 박대표는 매뉴얼대로 최선을 다해 응대했다. 35만달러를 들여 세탁소 오픈한지 2개월째인데, 오픈 초기 입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 박대표는 먼저 ‘이틀의 기한을 주면 다시 정성들여 세탁해서 돌려주겠다’ ‘세탁소가 100만달러짜리 보험에 가입해있으니, 일단 보험사에 정식으로 클레임을 해보자’고 제안했으나 차례로 거절당했다. 마지막으로 ‘제3의 공인기관에 옷을 보내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보고, 그래도 내 잘못이라면 변상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 고객은 요지부동이었다. 40분동안 목소리 톤도 바뀌지 않고 “500달러 줄거냐, 안줄거냐(Tell me, $ 500, yes? no?) 우리 형이 변호사다”라고만 되풀이했다. “재판에 휘말리기 싫어 250달러를 물어주고 끝내자고 제안했죠. 그러나 상대방은 결국 싸늘한 말투로 ‘500달러 안줄거면 법정에서 보자’(See you in court)며 자리를 떴죠. 마침 비오는 날씨라 저는 손님에게 우산까지 씌워주며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지만 인사도 받지 않고 떠났습니다. 인간적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2개월 후인 10월, 노심초사하던 박대표에게 고소장이 날아왔다. 박대표는 고소장을 본 후 한번 더 놀랐다. 배상금으로 무려 1만5073달러를 요구한 것. 상대방은 고소장에서 “세탁소가 성실 및 정직 의무를 소홀히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혔다”며 “소액재판 최고 청구액인 1만5073달러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한인세탁업주가 바지 한벌 때문에 5400만달러 소송을 당했던 ‘바지 소송’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었다. 개업 반년만에 어이없는 일을 당한 박대표는 정말 막막했다고 회고한다. 박대표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8년간 목사로서 목회를 하면서 누구보다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습니다. 손해배상금보다 더 큰 돈을 변호사에게 줄 지언정, 제가 결백하다는 점을 하느님 앞에서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영어가 서투른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스몰비즈니스, 그것도 새로 오픈한 가게만 찾아 시비를 거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박대표측이 법적으로 대응하자, 상대방은 재판 날짜를 차일피일 미뤘다. 3월 첫 재판이 미뤄진 이래 몇번 서류가 오간 후 마침내 7월 13일 캅카운티 마지스트레이트 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통역을 대동한 박대표는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가족중에 변호사가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협박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세탁소 주인이 백인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 나는 오늘 재판에서 시비를 가리고 싶다.” 결국 법원은 이날 “세탁물에 대해 배상할 이유가 없다”라며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한 재판 소요비용을 원고측이 지불하도록 판결해, 이번 재판의 책임이 원고측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1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재판에 승리한 박대표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보다는, 허탈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2003년 애틀랜타로 이민 온 박대표는 이민생활 6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다시 재판을 걸어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으라’고 권하지만, 그건 법정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나 하는 말입니다. 평생 법원에 가본적 없는 사람이 1년동안 소송에 시달리니 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수 없습니다. 저의 사례를 계기로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블랙 컨슈머’(고의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정보 및 법적 대응방안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종원 기자